본문 바로가기

Think

30대 고졸 비전공자 개발자의 첫번째 이직기

반응형

 

고졸, 비전공, 30대

위 3개의 단어는 개발자를 시작할 때 나의 배경이었다. 나는 위 3가지를 가지고 시작해 운이 좋게 자사 서비스에서 2년이 넘는 시간을 개발자로 일할 수 있었다. 이후 3년 차 개발자로서 약 20개의 회사에 지원하며 경험한 첫 번째 이직기를 간략히 정리한 글이다.



왜?

image

실제 이직 이유와 전혀 관련 없는 재미도 감동도 없는 짤

이직은 이유가 필요하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에서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내일채움공제로 2년이 지난 이후 내 커리어에 대해 고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과연 지금 이대로 괜찮을지,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을 해봤다. 물론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했지만, 결론은 주니어에게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였다.

가령 높이뛰기 선수가 매일 같이 똑같은 환경에서 훈련한다면 어떨까?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록은 분명 좋아질 수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코치, 훈련 시스템, 훈련장 등 좋은 환경이 뒷받침된 선수와 비교한다면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고민 당시 사수도 이직한 상태였고 주니어인 내가 리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기 시작했다. 내가 처한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답을 찾아 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내가 가진 자원을 가지고 더 좋은 효율을 내고 싶었다.

"익숙함을 벗어나 낯설지만 지금 보다 더 나은 개발 문화와 조직, 팀원들이 있는 곳을 경험해보고 싶다."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고 모르면 용감하다고 후에 벌어질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이직 준비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력서

누구나 다 이직을 다짐하고 제일 먼저 부딪히는 게 이력서다. 나 역시 어떻게 쓸지 막막해 구글에 "개발자 이력서"라는 검색어로 나오는 블로그 글들을 보며 내 이력서를 작성해나가기 시작했다. 개발자라는 직무 특성상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경력을 기술하는 파트였다.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명확히 전달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기존 몸담았던 곳에서만 사용하는 용어가 아닌 공식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이력서를 확인하는 사람을 고려해 짧고 임팩트있게 전달하자 라는 목적으로 작성했다.

사실 이력서는 이직하는 과정 내내 계속 수정했었다. 초반엔 나름 잘 준비하고 작성했다고 생각했지만 부족한 점이 엄청 많았다.

실제로 나는 주도적으로 프론트엔드 영역도 경험한 업무가 도움이 된다 판단해 이력서에 작성했는데 오히려 백엔드 지원시 이 부분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었다. 이때 들었던 피드백 중 하나가 프론트엔드 지원인지 백엔드인지 헷갈린다는 의견이었다. 무조건 많이 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접근 방식을 바꿔 프론트 엔드 비율을 줄이고 왜 했는지에 대한 접근 방식을 설정하고 지원하니 이런 피드백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번 이직을 통해 평소에 이력서에 대해 다시 한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준비 과정

회사 찾기 & 목표 - 서류 - 코테 또는 과제 - 기술 면접 - 문화 면접 또는 CTO 인터뷰


회사 찾기

원티드, 리멤버 그리고 링크드인을 주로 활용했다. 지인을 통해 진행하기도 했다. 내 연차가 이젠 헤드헌터분들의 눈에 띄는 것도 이직을 준비하며 흥미로운 요소였다.

헤드헌터분들의 역할이 물론 도움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직접 회사에 메일을 잘 보내고 이 방식이 편한 타입이라 이직 초반 이후로는 스스로 해나 갔다.

링크드인은 프로필을 올려놓으면 많은 리크루터분들에게 노출이 되고 종종 연락도 받을 수 있다.

이직을 준비하며 진짜 여러 회사의 리크루터분들에게 연락이 왔는데 한번은 카이스트 출신의 좋은 팀원들로 구성된 작은 스타트업의 CTO분에게 연락 받은 적이 있다. 평소 사람을 만나 인사이트를 얻는 것을 매우 좋아하기에 가볍게 커피챗을 가졌고 해당 회사에 지원까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채용 과정에서 떨어졌지만, 이때 받았던 피드백은 개발자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 적용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 그 어느 피드백들보다 값진 경험이었다.

그 외엔 자사 채용 사이트를 이용한 경우도 있는데 진심으로 그 회사에 가고자 한다면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이 방식을 고수했다.

목표

image

이직할 회사의 기준은 명확했다. 위치, 백엔드 언어, 매출, 팀 문화가 주요 요소였고 검색한 회사들은 엑셀에 정리해두었다.

엑셀에 정리하는 이유는 하나의 대시보드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엑셀에 정리한 회사 이외엔 따로 지원하지 않고 처음만 고생하지 한번 정리해두면 이후 다시 찾아보기 쉽기 때문에 채용 프로세스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또한 개발과 비슷한데 초반엔 시간이 많이 들지만 이후엔 내가 집중해야 할 목표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서 회사를 찾을 때마다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다.

과제 및 코테

과제는 사실 요구사항이 매번 달라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바로 코테에 대해 적어보자면 되도록 많이 풀어보는게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처음엔 어디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했었다. 이것저것 검색해보며 내가 내린 결론은 나동빈님의 채널의 알고리즘 공부 순서 영상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사실 코테 준비 핑계도 있었지만 실무에서 특정 상황에 요구 조건을 구현하다 자료구조에 필요성을 경험하고 알고리즘과 자료구조를 조금 공부해놓은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또한 코테를 볼 때 여러 문제풀이 서비스 사이트가 존재하기에 이런 환경에 미리 적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나는 이런 사실도 모르고 코테 준비 시 그냥 IDE에 문제를 풀다가 사용 방법을 몰라 헤매 시간을 버리기도 했었다.

기억에 남는 경험은 해커 랭크를 통한 온라인 코테였는데 사이트 사용법도 모르는 데 문제가 다 영어로 출제되어 무척이나 당황했었다. 번역기를 돌려가며 어렵사리 문제를 풀 수 있는데까지 풀어 제출하면서도 떨어졌겠다 싶었는데 통과해버렸던 게 기억에 남는다.

image

당황과 기쁨도 잠시 기술면접...

기술 면접

회사 입장에선 팀원을 채용 시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원자의 경험과 능력을 판단한다. 함께 일해보고 판단하는 게 가장 정확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기에 코테, 과제, 기술 면접 등이 존재한다. 신입때는 경험이 없으니 경력직보단 상대적으로 기술적 검증이 덜할 수 밖에 없지만 경력직은 주니어 경험을 토대로 기술 검증을 하기에 개인적으로 커리어 전환 후 개발자 취업보다 이직이 훨씬 더 어려웠다.

보통 기술 면접의 흐름은 이력서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경력 기술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답변하면 꼬리 물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름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목표하는 회사들의 기준치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더 이상 면접을 위한 지식 습득 방식은 통하지 않음을 깨달은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면접 지식 위한 지식 습득 방식이란 구글에 "개발자 CS 기술 면접" 이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자료들을 말한다. 물론 도움이 하나도 안되는건 아니지만 단순히 저것만 달달 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영역에 있어 CS 부분 어떤 것들이 적용되어 있는지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필요하단 점이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회사의 팀원을 메이트로 구해 주 1회 스터디를 했고 꼬리 질문을 지속적으로 하며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방식으로 준비해나갔다.

image

노션에 정리한 스터디한 자료들

처음엔 기술 면접이라고 무조건 100이면 100 기술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줄 알았다. 모든 면접이 다 그러진 않았지만 무겁고 어렵게 빡빡한 기술 면접은 크게 없었다.

기술 면접의 경우 회사별로 다양하게 코드 리뷰, 과제 리뷰, 손코딩, cs 질문 등으로 구성된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내가 제출한 깃헙과 블로그를 통한 질문도 있었고 개발과 관련되지 않은 내용의 질문도 받았었다. 보통은 그 사람의 성향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들이었는데 해당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 본인 성격의 장단점
  • 어떤 상황을 설명하고 그에 따른 대처 방법
  • 평소 학습법
  • 왜 했는지에 대한 이유와 근거
  • 개발자 커리어의 목표

개인적으로 기술 면접은 회사와 내가 동등한 위치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원자가 회사를 지원하는 것이지만 회사 역시도 지원자가 필요하기에 서로서로 잘 맞는지 판단해야 한다. 첫인상을 잘 심어줘야 하는 입장은 누구 하나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나는 면접 준비가 부족해 면접 질문에 대해 답변을 잘하지 못했어도 뭐가 그리 자신에 찼는지 물어볼 건 다 물어보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모르면 겁이 없다는 표현이 맞지만 이런 부분을 자신감 넘치는 요소로 봐주시는 분도 계셨는데 정말 관점의 차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꼬리 질문, 압박 면접, 손코딩, 코테 합격 후 면접 5일 전 일정 취소(탈락) 등 기술 면접은 정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직도 몸이 그날의 분위기들을 기억하고 있다.

꼭 이직이나 면접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공부를 꾸준히 해두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다음 이직 때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지 않을까..?



후기

image

이직은 약 10월부터 2월까지 한 달의 쉬는 시간을 제외한 총 4개월 정도 진행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정말 5개월 동안 울고 웃기를 반복한 시기였다.

왕복 3시간 이상의 통근 시간을 포함해 회사를 다니며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체력과 정신력 싸움이었다. 이직은 정말 쉽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특히 멘탈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서 중간에 쉬는 기간이 있었는데 이때 지인이 해준 이야기 중 가장 크게 와닿았던 이야기가 있다.

이직은 운과 타이밍이 크게 작용한다.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잘 몰랐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저 말에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준비했던 시기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라 그런지 채용 공고도 적었는데 귀신같이 내가 이직에 성공하자마자 투자, 대규모 채용 등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물론 쏟아져 나온다고 내 자리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조금 일찍 나와주지 그랬어..ㅠ)

또한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를 지원했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내가 이런 곳에 도전해도 될까 싶은 곳까지 경험해볼 수 있어서 아주 값진 기간이었다.

 

image

최종적으로 가게된 회사는 숨고라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 브레이브 모바일이다.

브레이브 모바일은 이직을 준비하기 전부터 가고 싶었던 회사 중 하나였다. 출퇴근 거리도 왕복 1시간 정도 단축되어 아내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독서 또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점이 나에겐 정말 큰 이점으로 다가왔다. 커피챗을 시작으로 사무실에 방문해 간식이 가득 있던 스낵바를 보며 나도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게 어제 같은데 서류, 과제 코드 리뷰, 기술 인터뷰, CTO 인터뷰를 거쳐 어느새 최종 합격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물 흐르듯 정말 빠르고 정확하게 절차가 이뤄져서 지원자 입장에서도 너무 만족스러웠던 경험이었다.

현재는 4월 입사 후 지금까지 좋은 동료들 덕분에 잘 적응해서 즐겁게 다니고 있다. (좋은 동료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을 새삼 느끼고 있는 중)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직이었기에 더 값진 경험이었고 이를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해 나도 누군가에게 받은 걸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image



반응형